日 시라이씨 “안중근의사 동양평화 위해 거사”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45분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안중근’을 ‘일본의 영웅’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테러리스트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서울에서 8일 열린 ‘안중근 의사 의거 9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시라이 히사야(白井久也·71·사진) 니치로(日露)역사연구센터 소장은 안 의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언론인 출신 역사전문가다.

동북아 근현대사를 연구하다 안 의사의 사상과 행적을 깊이 공부하게 됐다는 그는 11일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안중근의 이토 암살에 대한 역사적 의미나 정치적 배경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라이 소장은 최근 자신이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 6종류를 분석한 결과 그중 1종류만 ‘안중근이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일제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머지는 이토가 안 의사에 의해 하얼빈역에서 살해됐다는 사실만 간단히 말하거나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도쿄의 한 연극극단이 창작극 ‘안중근’ 공연을 통해 그를 ‘동양 평화를 위해 노력한 독립운동가’로 조명해 일본인 관객들이 감명을 받았다”며 “일본 사학계에서도 최근 안중근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라이 소장은 1958년 일본 아사히신문에 입사해 35년간 근무한 저널리스트 출신의 역사연구가. 1994년부터 일본 도카이(東海)대 평화전략국제연구소에서 5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이지(明治)시대 이후 국제관계 근현대사를 연구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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