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노벨 경제학상을 끝으로 2004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되자 유명 대학과 기업들이 노벨상 후광효과 활용에 나섰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기관’이라는 홍보 전략은 브랜드 가치 상승 등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 없으면 2류?=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당수의 유명 대학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노벨상 메뉴를 갖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중 적어도 50개 대학이 올해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자랑할 것 같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과학이나 경제학부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평균 5곳 이상의 대학이나 직장을 옮겨 다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수상자 수보다 이들을 배출했다고 자랑하는 기관의 수가 훨씬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재직한 대학이나 기업은 일반인들이 호감을 갖게 돼 기부금 모금이나 인재 채용에 유리하다.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가 일하던 무명의 시마즈(島津)제작소는 수상 발표 직후 주가가 50% 급등했다. 노벨상 수상자 5명이 근무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IBM은 “노벨상 수상자가 일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현재 우리가 하는 일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올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에 선출된 로버트 로플린 교수도 1998년 받은 노벨 물리학상이 총장 선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잉 홍보 부작용도=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역대 대학 관계자 80명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게시해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명단은 1904년 존 윌리엄 스트럿 레일리 경(물리학상)에서부터 2002년 시드니 브레너와 존 설스턴(의학상)에 이른다. 다른 대학의 업적으로 수상했어도 케임브리지대에 몸담았던 적이 있으면 모두 게시했기 때문.
반면 미 스탠퍼드대는 “1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면서 “교수가 아닌 경우에는 수상자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