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敵을 어찌하리”…샤론-아라파트 동병상련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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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가자지구 무력충돌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양측 지도자들은 똑같이 ‘내부의 적’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가자지구 철수안’에 제동을 거는 정치적 반대세력의 세(勢) 확장에 당혹해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두 지도자의 정치생명이 ‘동반 위기’를 맞은 셈이다.

▽궁지에 몰린 샤론, 타개책 모색=샤론 총리는 11일 의회 정기회기 개원연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자지구 철수안을 25일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당초 다음달 3일로 예정됐던 표결 일정을 앞당겨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한 것.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샤론 총리의 이날 연설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에 참가한 의원들은 53 대 44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표결은 정치적 구속력은 없으나 샤론 총리의 향후 행보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의회가 개원연설에서 총리의 정책 연설에 반대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론 총리는 현재 의석 120석 가운데 58석의 지지만을 확보하고 있다. 여당인 리쿠드당 의원들이 가자지구 철수안에 반대해 이탈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샤론 총리는 표결 전까지 연정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제1야당인 노동당 일부 의원들의 개별 지원이 유일한 희망이다.

샤론 총리가 25일 의회 표결에서 극적으로 가자지구 철수안을 관철시킨다고 해도 고비는 한 차례 더 남아 있다. 내년 초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는 사퇴해야 한다.

▽내부 갈등으로 고민하는 아라파트=자말 알 쇼바키 팔레스타인 자치장관은 11일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총선 관련 회의에 참석해 아라파트 수반에 대해 “정치와 치안 개혁의 걸림돌”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치안기구 통합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라파트 수반의 반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튿날인 12일 가자시티에서는 아라파트 수반의 사촌이자 측근인 무사 아라파트 가자지구 치안사령관을 겨냥한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했다. 다행히 아라파트 사령관은 다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 공격이 팔레스타인의 ‘내부 갈등’에 의한 사건임을 시사했다.

AP통신은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무장세력 내부의 갈등으로 팔레스타인 ‘공식 치안기구’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이끌던 파타운동 내부에서조차 아라파트 사령관이 ‘부패 인물’이라며 노골적인 반발이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가 가시화하면서 권력을 차지하려는 무장세력간의 암투가 심화돼 아라파트 수반을 향한 도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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