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동 개최도 계기가 됐지만 홍명보 안정환 등 한국의 많은 일류선수들이 활약해 준 덕에 J리그가 활성화되고 일본 선수의 수준이 향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축구팬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일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때 서울에서 벌어진 한일전이다. 한국은 이미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지만 일본은 지면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의 경기장 모습을 TV로 보고 있던 일본 축구팬들은 ‘함께 프랑스로 가자’는 커다란 영어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어, 한국이 져 주겠다는 것인가.’
그 시합 이후 내 친구들은 모두 일단은 일본을 응원하되 일본이 탈락하면 한국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번 아시아 청소년대회 때처럼.
축구를 통해 한국과 훨씬 가깝게 되었지만 지금 일본은 그것만이 아니다. 한류(韓流)라는 강력한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일본에서는 용사마로 불린다)의 인기가 자신보다 높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류가 일본 정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요즘은 지자체 선거 입후보자에게 기자들이 “겨울연가를 보았는가”라고 질문하는 세상이다. 드라마를 본 후보는 가슴을 펴고, 보지 못한 후보자는 이리저리 구차한 핑계를 댄다. ‘겨울연가’가 일본 정치를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나에게 한류는 ‘쉬리’ ‘JSA’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일본 영화를 하찮게 여기고 있던 나는 한국 영화도 비슷하려니 생각했는데 두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 배우의 연기력도 대단하지만 일본 영화에 비하면 시나리오가 뛰어나다. 한국 영화의 성공 뒤에는 맹렬한 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산업을 창출해 낸 한국이 부럽다.
물론 일본에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세계에서도 그림을 한 장씩 그리는 작업은 한국, 대만으로 넘어가 버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
올 상반기 일본 국회는 저작권법을 개정해 일본 작품의 해외판 CD 제작과 판매를 쉽게 했다. 반대도 많았지만 나는 인터넷을 통해 열심히 개정운동을 폈다. 이를 계기로 ‘일류(日流)’가 시작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이 없을 것이다.
한류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일본인이 방한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 중에도 후원회원의 손에 이끌려 ‘겨울연가’ 촬영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오락 분야에서도 한일의 거리는 더 좁혀지고 있다. 양국의 관광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광산업이 발전하면 피차 말을 배우는 사람도 늘어나 일본에서는 한국어로, 한국에서는 일본어로 안내판을 만들고 안내방송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러다 보면 인적 이동까지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연결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고노 의원 한국어 홈페이지=www.taro.or.kr
고노 다로 일본 중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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