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한 미국계 대학(APU)에 다니는 금발머리 여학생 제니퍼 로케(21)는 학생 800여명 가운데 유일한 미국 공화당 지지자다.
그녀는 이 때문에 ‘왕따’가 됐다.
“제가 공화당 지지 배지를 달고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애들은 웃으면서 장난이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진심인 것을 알자 모두가 저를 KKK(극우 백인단체) 단원을 보듯이 하더군요. 가까운 친구가 싸움을 걸어왔는데 말리는 애도 없었어요.”
뉴욕에서 태어나 4년 전 파리에 온 로케씨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공화당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먼 조상 중엔 민주당에 투표한 사람도 있었다지만.
로케씨 자신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싫지 않다.
3차 TV토론 때 모든 친구들이 부시 대통령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그가 재선되면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계정세를 수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에요. 동성애자에 대한 정책은 마음에 들지 않아 아버지와 다투고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거든요.”
지금은 다른 학생들의 비웃음을 당당히 견디고 있지만 예전에는 힘들어 부시 반대파로 가장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당당하게 애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요. 물론 대다수는 말을 들어주지 않지만 1명을 설득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얼마 못가 친구들에게 돌아가더군요.”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케리 지지한다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텃밭인 텍사스주 크로퍼드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론스타 아이코노클래스트’가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가 혹독한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이 13일 전했다. 이 주간지는 지난달 29일자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지금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을 알았더라면 4년 전 그에게 투표할 미국인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케리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분노했고 이 주간지는 그야말로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10여개의 지역 기업은 이 주간지에 더 이상 광고를 싣지 않기로 했다. 모든 크로퍼드 가게들은 이 주간지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920부였던 판매부수는 482부로 줄었다. 게다가 기자들은 지역 주민들의 노골적인 위협과 취재 거부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말 부시 대통령이 크로퍼드 목장을 구입한 뒤 아이코노클래스트 발매를 시작한 리언 스미스 편집장(51)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으로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다는 크로퍼드 지역 소수의 목소리를 전한 것일 뿐”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 같은 적대적 반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항의에 대해 스미스 편집장은 “대선 뒤 크로퍼드 상인들과 관계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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