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로 美공격 대응”… ‘라마단 테러’ 위기감

  • 입력 2004년 10월 15일 18시 38분


라마단(금식월·禁食月)을 하루 앞둔 14일 이라크에서 미군과 저항세력의 충돌로 최소 3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기준 9번째 달로 양력으로는 이달 1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다.

지난해에도 라마단 당일(10월 27일)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폭탄테러로 34명이 숨졌다.

▽라마단 테러, 지난해와 닮은꼴?=14일 미군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는 바그다드의 ‘그린존’ 안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미국 민간인 4명을 포함해 최소 6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그린 존 안으로 침투해 폭탄테러를 일으키기는 처음이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웹사이트를 통해 그린존 폭탄테러를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즉시 반격에 나서 자르카위의 본거지로 알려진 팔루자의 주택 2채를 공습해 5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 AP통신은 팔루자 시민의 말을 인용해 지금까지 미군 공습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고 보도했다.

13일과 14일 사이 수니파 근거지인 라마디에서도 미군과 저항세력이 충돌해 최소한 8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최근 충돌은 지난해 라마단 테러를 경험한 미군이 먼저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과격한 행동을 해도 ‘순교’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의식 때문에 테러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미군이 먼저 공격에 나선 것.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 1000명은 13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57km 떨어진 바쿠바를 공격해 저항세력 지도자로 추정되는 2명을 포함한 1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미군측은 “라마단 전에 바쿠바 지역을 정리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 가능할까=가지 알 야와르 과도정부 대통령은 14일 아랍계 신문 ‘아샤르크 알 아우사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상황에 따라 내년 1월 예정된 총선이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야와르 대통령의 총선 연기 시사는 지난달 14일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유엔이 내년 1월 총선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총선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두 번째.

반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총리는 “예정대로 내년 1월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바그다드·팔루자=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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