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의견=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내무장관들은 17일과 18일 이틀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회담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이민자 및 테러 대책.
독일과 이탈리아는 ‘수용소 설치안’을 제안했다. 영국도 지지하는 이 제안은 아프리카 북부에 수용소를 설치해 그곳에서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선별해 입국시키자는 내용이다. 밀항을 줄일 수 있고 입국 희망자들이 ‘목숨을 건’ 항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은 인권침해 소지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내무장관은 “어떤 종류의 수용소나 장벽도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법이민이냐, 난민이냐=불법 이민자 중에는 ‘난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코트디부아르, 기니 등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달아난 주민들이다.
난민들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간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보트피플 중에는 팔레스타인 이라크 방글라데시 출신까지 있다.
▽이탈리아는 추방, 스페인은 환영=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아프리카에서 가까워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유럽 전체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두 나라를 통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러나 두 나라의 대응은 판이하다.
튀니지와 리비아에서 가까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은 늘 보트피플로 북적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초까지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불법 입국자는 1만명가량. 생계를 100% 관광업에 의존하는 섬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들을 강제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입장이 달라 수만명의 불법 이민자에게 곧 거주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불법 이민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노동 허가를 받는 법안이 이달 중 상정될 것”이라며 “최근 10년간 이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고령화되는 스페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소비 주체도 되기 때문에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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