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불법이민 대책 골머리…매년 80만명 입국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8시 12분


《불법 이민자 때문에 유럽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럽연합(EU) 25개국에 흘러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는 매년 8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유럽 전체의 불법 체류자가 200만명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었다. EU ‘빅5’ 내무장관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으나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난민이 포함된 이들을 막무가내로 막거나 돌려보내자니 인권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엇갈린 의견=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내무장관들은 17일과 18일 이틀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회담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이민자 및 테러 대책.

독일과 이탈리아는 ‘수용소 설치안’을 제안했다. 영국도 지지하는 이 제안은 아프리카 북부에 수용소를 설치해 그곳에서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선별해 입국시키자는 내용이다. 밀항을 줄일 수 있고 입국 희망자들이 ‘목숨을 건’ 항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은 인권침해 소지를 내세워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내무장관은 “어떤 종류의 수용소나 장벽도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법이민이냐, 난민이냐=불법 이민자 중에는 ‘난민’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코트디부아르, 기니 등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달아난 주민들이다.

난민들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간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는 보트피플 중에는 팔레스타인 이라크 방글라데시 출신까지 있다.

▽이탈리아는 추방, 스페인은 환영=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아프리카에서 가까워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유럽 전체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두 나라를 통해 유럽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러나 두 나라의 대응은 판이하다.

튀니지와 리비아에서 가까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은 늘 보트피플로 북적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초까지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불법 입국자는 1만명가량. 생계를 100% 관광업에 의존하는 섬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부터 이들을 강제 추방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입장이 달라 수만명의 불법 이민자에게 곧 거주 허가를 내줄 계획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불법 이민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만 하면 노동 허가를 받는 법안이 이달 중 상정될 것”이라며 “최근 10년간 이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고령화되는 스페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소비 주체도 되기 때문에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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