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은 8월 말 이라크 무장단체 안사르 알 순나의 하부 조직인 ‘블랙 배너(검은 깃발)’가 한국군과 한국인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는 테이프를 공개한 이후 4번째다.
AP통신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한 웹사이트에 19일 “십자군전쟁을 벌이는 미국인에게 무릎 꿇은 ‘미국 앞잡이’ 한국정부에 대한 두 번째 경고”라며 “앞으로 딱 7일 남았으며, 철군하지 않으면 서울을 불태워 버리겠다”는 성명이 실렸다고 20일 보도했다.
정부는 이달 10일 ‘하무드 알 마스리’란 이슬람 단체가 한국에 테러 위협을 했던 성명과 철자법 오류와 내용이 거의 같아 동일 단체나 또는 테러 능력이 없는 개인이 한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구체화되는 테러 위협
영국의 세계적 국제정세분석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19일 부분 공개한 ‘2004∼2005 연례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징후는 없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올해 초 첩보 수준으로 나돌던 한국에 대한 테러 정보는 8월 이후 비디오테이프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한 ‘구체적 경고’로 바뀌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천국제공항과 주한 미국대사관, 고속철도(KTX) 등에 대한 테러 첩보는 모두 67건이지만 아직 심각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8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8월 24일 이라크에서 활동해 온 프리랜서 사진기자 조승수씨가 현지에서 ‘검은 깃발’이란 테러단체로부터 건네받은 비디오테이프를 KBS가 방영했다. 한국군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을 테러 대상으로 직접 지목한 첫 번째 위협이었다.
자이툰부대 본대 파병이 완료된 이달 1일 알 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이슬람 젊은이들은 미국의 동맹국과 시설을 공격하라”고 부추기면서 한국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
이어 10일과 19일에는 자이툰부대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군과 한국 내 시설에 대한 테러를 공개하는 성명이 이슬람 웹사이트에 연이어 공개됐다.
○실제 가능성은
정부는 10일과 19일의 테러 경고문 작성자는 사용 어휘와 내용이 거의 같아 테러 능력이 없는 개인이 한 행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두 개의 테러 경고문을 분석한 결과 문장 스타일, 문체의 일관성, 철자법의 오류 등이 비슷했으며 개인이 작성해 글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걱정할 만한 위협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 연구원도 “한국에 대한 테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상징적인 메시지 전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의 얘기는 다르다. 국가정보원의 추정처럼 개인이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슬람권의 테러가 흔히 조직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테러 경고의 글이 게재되기 전부터 관계 부처는 물론 해외공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테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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