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겨냥 잇단 테러 위협]자이툰부대 파병후 부쩍 증가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8시 50분


“한국과 일본도 알 카에다의 잠재적 테러 표적이 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국제정세분석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19일 부분 공개한 ‘2004∼2005 연례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징후는 없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의 현실화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달 22일 자이툰부대 본대 파병이 끝난 이후 테러 위협이 부쩍 늘었다. 10월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구체화되는 테러 위협=올해 초 첩보 수준으로 나돌던 한국에 대한 테러 정보는 8월 이후 비디오테이프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한 ‘구체적 경고’로 바뀌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인천국제공항과 주한 미국대사관, 고속철도(KTX) 등에 대한 테러 첩보는 모두 67건이지만 아직 심각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8월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8월 24일 이라크에서 활동해 온 프리랜서 사진기자 조승수씨가 현지에서 ‘검은 깃발’이란 테러단체로부터 건네받은 비디오테이프를 KBS TV가 방영했다. 한국군에 대한 테러를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을 테러대상으로 직접 지목한 첫 번째 위협이었다.

자이툰부대 본대 파병이 완료된 이달 1일 알 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이슬람 젊은이들은 미국의 동맹국과 시설을 공격하라”고 부추기면서 한국을 두 번이나 언급했다.

이어 10일과 19일에는 자이툰부대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군과 한국 내 시설에 대한 테러를 공개하는 성명이 이슬람 웹사이트에 연이어 공개됐다.

▽실제 가능성은=정부는 20일 여러 정황으로 볼 때 10일과 19일의 테러 경고문 작성자는 테러 능력이 없는 개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한 관계자는 이날 “두 개의 테러 경고문을 분석한 결과 문장 스타일, 문체의 일관성, 철자법의 오류 등이 비슷했으며 개인이 작성해 글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걱정할 만한 위협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 연구원도 “한국에 대한 테러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상징적인 메시지 전달일 가능성이 높다”며 “9·11테러처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정도의 테러는 많은 시간과 돈, 인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한국에 대한 테러에 역량을 집중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의 얘기는 다르다. 국가정보원의 추정처럼 개인이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슬람권의 테러가 흔히 조직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원삼 선문대 교수(통일신학부)는 “한국이 이라크에서 3번째로 많은 2800여명을 파병한 상황에서 이라크 테러단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어린이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의 글은 신빙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테러 경고의 글이 게재되기 전부터 관계부처는 물론 해외공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테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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