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무원이 시민 폭행” 소문에 충칭서 대규모 폭동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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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내륙의 최대도시 충칭(重慶)에서 18일 ‘시민이 정부 고위관리에게 폭행당했다’는 유언비어에 흥분한 주민 수만명이 경찰차를 불태우고 구(區)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등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경찰이 유혈 진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양쯔(揚子)강변의 완저우(萬州)구는 싼샤(三峽)댐 건설로 저지대가 수몰되면서 강제 이주당한 주민이 많아 평소 지방정부에 대한 불만이 큰 지역이다.

이번 사태는 명보와 문회보 등 홍콩언론이 20일 먼저 보도했으나 중국 관영언론인 신화통신도 같은 날 밤 이례적으로 이번 폭동을 자세히 보도했다.

중국에서 최근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 등에 항의해 소규모 소요가 일어난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 폭동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며 관영 언론이 이를 보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18일 오후 1시경 충칭 중심가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260km 떨어진 완저우구에서 남편 후취안쭝(胡權宗)과 함께 길을 가던 쩡칭룽(曾慶容)이 노동자 위지쿠이(余繼奎)의 지게에 부딪치자 후씨가 위씨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위씨를 폭행하면서 비롯됐다.

인근 시장의 일용 노동자인 후씨가 위씨를 구타하면서 “나는 지방정부 국장인데 무슨 일이든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하자 주변에서 싸움구경을 하던 주민들이 이 말을 듣고 “공무원이 대낮에 시민을 폭행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경찰차가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공무원들은 다 한통속이다.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믿을 수 없다”면서 3시간반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이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경 ‘공무원의 시민폭행 소문’에 자극받은 수만명의 주민이 순찰 중이던 경찰차를 공격해 불을 지른 다음 구정부 청사로 몰려가 유리창과 정문을 깨뜨리며 건물을 점거하는 난동을 부렸고 소요는 19일 오전 3시까지 이어졌다.

당국은 1000여명의 경찰을 투입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며 강제 진압했고 이로 인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현지 외교관들은 이날 시위에서 방화와 약탈사건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소요에 참가한 주민이 최대 5만명에 이른다는 홍콩 언론 보도와는 달리 시위 참가자가 수백명 수준이며 현재 당국이 철저하게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신화통신의 이번 보도는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사건을 보도하지 않을 경우 유언비어가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한 당국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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