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통신은 21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과 유엔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직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의 임기는 2006년 초까지로 1년 남짓 남아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스스로도 올해 6월 자서전 ‘나의 인생’ 출간 이후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적이 있다.
만일 그가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 된다면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전망이다.
워싱턴과 뉴욕의 외교관들도 클린턴 ‘사무총장’이 유엔에 활력을 불어 넣고 명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유엔 안팎에서는 아난 총장이 아프리카 가나 출신이고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은 아랍권인 이집트 출신이었으므로 차기는 아시아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막후에서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외무장관을 밀고 있으며 미국도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유엔 전문가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면 중국도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막상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이다. 입후보의 전제 조건인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대선이 끝나 봐야 알 수 있다.
만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 그의 희망은 중도에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드러내 놓고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엔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해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유엔의 최대 분담금 납부국이고 영토 안에 유엔본부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무총장직은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에는 산하기구 유네스코에서 내부 부패를 명분 삼아 탈퇴하기까지 했다. 클린턴 행정부가 재가입을 시도했으나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유엔의 최대 고민은 결의사항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힘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무총장이 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유엔 주변의 희망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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