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가 인근 부두에 닿자 방독 장비로 무장한 경찰 특수요원 10여명이 트레일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일본 외무성과 경찰, 세관 등이 공동으로 실시한 ‘대량살상무기(WMD) 반입저지 훈련’에 동원된 경찰청 테러기동수사대 소속 요원들. 국제테러조직 ‘T’가 화학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질을 일본을 거쳐 일본 밖의 ‘특정국가’로 우회 수출하려 한다는 가상정보를 입수하고 출동했다.
정밀수색 결과 수출용 의류로 신고된 상자에는 유독성 화학물질인 ‘리신’이 들어 있었다. 경찰 요원들은 리신을 밀봉 처리하고 세관에 통보한 뒤 철수했다.
주최측은 훈련 시나리오에 등장한 ‘특정국가’의 국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 행사 참석자는 “아마 북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훈련은 25∼27일 도쿄만 앞바다 해상에서 미국 호주 프랑스 등 1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WMD 확산방지구상(PSI)의 다국적 합동훈련에 앞선 예비훈련 성격. 경찰청 관계자는 “WMD 봉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해상에서의 봉쇄 못지않게 WMD 물질이 일단 상륙한 다음 단계의 조치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PSI 훈련에 해상보안청의 호위함과 P3C초계기는 물론 해상자위대까지 처음으로 동원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8일엔 한국 미국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8개국 대표가 참가한 ‘수출관리정책대화’를 개최해 WMD 전용물질에 대한 수출허가 심사를 강화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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