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지진감지시스템이 ‘신칸센 대참사’ 막았다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02분


23일 니가타로 향하던 신간센 열차가 지진으로 급정거하다 탈선해 13m 고가철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선 모습. 기관차가 40도 이상 기울었으나 전복되지는 않아 희생자는 없었다. -나가오카=로이터 뉴시스
23일 니가타로 향하던 신간센 열차가 지진으로 급정거하다 탈선해 13m 고가철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멈춰선 모습. 기관차가 40도 이상 기울었으나 전복되지는 않아 희생자는 없었다. -나가오카=로이터 뉴시스
시속 210km로 달리던 신칸센 열차에 지진이 덮친 것은 어스름이 깔리고 있던 23일 오후 5시56분경. 도쿄를 출발해 니가타로 향하던 신칸센 ‘도키 325호’ 열차는 10량에 승객 151명을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열차는 유비무환의 기술적 대비에 행운까지 겹치면서 희생자 한 명 없이 안전하게 멈췄다.

우선 열차의 지진계가 진도 4 이상을 감지하자마자 제동장치가 즉각 자동 작동했다. 신칸센 운영회사들은 1995년 1월 고베대지진 때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이 지진 감지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급제동으로 바퀴와 철로에 불꽃이 튀었고 선반 위의 짐이 우수수 떨어지자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열차는 3.5km를 더 달리다 90초 만에 멈췄다. 논 위에 놓여진 높이 13m 고가철로 위였다. 10량 가운데 8량이 선로를 벗어났다. 지진 진동이 커 열차가 전복됐다면 열차가 추락해 대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맨 앞 칸은 40도가 기운 상태였지만 탑승객은 1명에 불과했고 부상도 없었다. 레일과 콘크리트 침목을 고정하는 핀이 일부 파손되는 데 그쳤다.

지진 발생 당시 다음 기착역인 나가오카(長岡)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낮추고 있던 중이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열차가 곡선 지점을 지날 때나 속도를 올리고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났다면 전복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전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4시간 동안 열차 안에 갇혀 있던 승객들은 철도회사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칠흑 같은 선로를 따라 1시간 반가량 걸어 가까운 역에 도착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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