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 쿠르드족 경비대장 암살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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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빌이 불안하다.’

한국군 자이툰부대가 파병된 이라크 북부도시 아르빌은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곳.

하지만 24일 자이툰부대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는 글이 또다시 아랍어 웹사이트에서 발견되고, 쿠르드족 치안책임자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치안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아르빌에 침투한 테러조직=테러단체 ‘안사르 알 순나’는 24일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아르빌의 공공시설 경비를 맡고 있는 시설보호경비대(FPS) 대장인 타하 아메드 대령을 암살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또 ”아르빌의 쿠르드족 최고지도자인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민주당(KDP) 당수도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유대인의 친구들’과 ‘바르자니의 앞잡이들’에 대한 경고”라면서 “미국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당신들은 계속 두려움에 떨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르빌 경찰서의 사만 살리에 대령은 “아메드 대령은 23일 자택 인근 사원에서 기도를 드리고 귀가하던 중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았다”면서 “괴한들은 소음기가 달린 총으로 아메드 대령을 8차례나 쏘아 살해했다”고 밝혔다.

▽한국군이 표적될 수도=아르빌 자치정부는 2월 1일 KDP와 쿠르드애국동맹(PUK) 사무실에 대한 동시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치안을 대폭 강화했다.

주요 도로에는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와 지역방위군, 경찰 등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한다. 도로 주변에는 참호를 깊게 파 테러세력의 접근을 차단했다.

AP통신은 이날 “아메드 대령의 암살은 ‘안사르 알 순나’의 세포조직이 사실상 아르빌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르빌의 치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간인이 더 위험=미 국무부가 3월 37번째로 테러단체 리스트에 올린 ‘안사르 알 이슬람’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안사르 알 순나’는 무자비한 테러를 일삼아 왔다.

이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테러만도 △109명의 사망자를 낸 아르빌 당사 폭탄테러(2월 1일)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키르쿠크 경찰서 폭탄테러(2월 24일) △네팔 근로자 12명 살해(8월 31일 살해 장면 공개) 등. 미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을 납치해 죽인 경우는 부지기수다.

6월 말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한 ‘유일신과 성전’은 이 단체의 상부 조직이다. 8월 말에는 이 단체의 하부조직인 ‘검은 깃발’이 한국군에 대한 공개 테러 협박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조직이 이라크에서 가장 조직적인 페슈메르가의 방어망을 뚫고 자이툰부대를 직접 공격해 성공할 가능성은 아직은 높지 않다.

하지만 한국군이 11월부터 영외에서 민사작전을 펼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외부에서 많이 활동하는 70명의 한국 민간인도 테러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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