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세력은 이런 내부 정보를 활용해 미군과 과도정부에 협력하는 사람을 살해하는 ‘이라크판 부역자 처단’을 계속하고 있다.
▽내부 정보가 토대=외신들은 24일 발생한 이라크군 신병 약 50명의 집단 학살사건은 발생 지점과 대담성 등으로 미뤄볼 때 내부 공모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병들의 출발 시간, 이동 경로, 비무장 상황 등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저항세력이 이라크 군복 차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라크군 당국은 신병 48명과 운전사 3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19일 바그다드 북쪽 이라크군 기지를 겨냥한 박격포 공격도 내부 정보 유출에 따른 것이라고 미군 관계자는 지적했다. 당시 박격포탄은 이라크군 대열 한가운데 떨어졌다. 군인들이 모이는 시점과 위치를 정확히 알았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이 공격으로 4명이 숨지고 80명이 부상했다.
이는 과거 저항세력의 공격 양상과 사뭇 다르다. 종전에는 군 모병소나 경찰서 등 외곽에서 관측할 수 있는 시설물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민간인도 대상=통역, 사무원, 의사 등 연합군이나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이라크 민간인들도 살해 위협과 도청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대문 앞에는 아침마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알라의 이름으로 죽이겠다’는 협박장이 붙어 있다.
저항세력이 ‘부역자 리스트’를 만들어 공격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 때문에 연합군이나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민간인들은 남편이나 아내에게도 근무 사실을 숨긴다.
한편 호주 국방부는 바그다드 주재 호주대사관에서 350m 떨어진 곳에서 장갑차 3대가 저항세력의 차량폭탄 공격을 받아 병사 3명이 부상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라크에서 호주군을 겨냥한 차량폭탄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5열의 목표=미 국방부는 이라크 군경에 저항세력에 동조하는 조직원이 잠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제5열이 광범위하게 치안정보를 빼내면 저항세력은 수적으로는 열세라도 ‘치명적 공격’을 할 수 있어 내년 1월 총선을 무산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국인에게 협조하는 한 안전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주는 것이 저항세력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위협에 굴복해 통역이나 사무직을 그만뒀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25일 아랍계 테러 가담자들 150여명에게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강경 방침을 밝혔다. 민간인들이 협박에 못 이겨 테러조직에 협조하는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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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기자 leej@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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