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원 관계자는 “막상 중국에 가보니 국내에서 본 것과 다르고 제약이 너무 많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선양(瀋陽)에 진출했던 B병원. 병원 건립은 어렵지 않았지만 환자가 오지 않았다. 1년이 지난 현재 병원 운영비조차 건지기 힘든 실정. 지금까지 손해액만 3억원에 이른다.
병원들의 중국행이 잇따르고 있지만 성과가 극히 저조하다는 조사보고서가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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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국 진출 중개기업 ‘휴메인홀딩스’는 25일 “2003년 베이징, 선양, 상하이(上海), 다롄(大連) 등 4개 지역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인 국내 병원 17개의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8개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병원의 일부 진료과목만 ‘아웃소싱’하는 형태의 진출은 제외됐다.
▽실패하는 국내 병원 속출=중국 파트너가 말썽을 일으킨 경우가 많다. 다롄에 진출한 C병원은 개원 준비가 한창일 때 중국 파트너가 10억원을 가지고 잠적했다. 베이징에 진출한 D병원은 중국 파트너의 갑작스러운 합작 철회로 1억원의 계약금을 날렸다. 새 파트너를 구했지만 비용은 두 배 이상 늘었다. E병원 원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5억원을 내놨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돈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해야 했다. 5억원만 날아간 셈.
내로라하는 병원들도 속사정은 비슷하다. 국내에서 잘나가는 F치과는 상하이 진출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중국 파트너의 무리한 요구로 3월경 병원 문을 열기로 했던 일정을 1년 이상 미뤄야 했다.
G피부과 역시 자본금이 소진되는 등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실패하나=중국에 진출하는 많은 병원이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치밀한 준비가 없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무작정 덤빈다는 것.
1, 2년 이내에 성공을 바라는 것도 실패 이유다. 중국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2, 3년은 있어야 하는데 많은 국내 병원이 단기간에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 실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을 듣는 병원들도 아직 수익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마케팅에 제약이 많아 예상보다 환자 유치가 힘들다는 것.
휴메인홀딩스 안종남 대표는 “중국이 황금의 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철저히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뒤 느긋하게 진출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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