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들 미 대선에 투표율 높여라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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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인 투표 비율이 최소한 20%는 넘어야 한인들이 미국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작은 시의 시의원까지 모두 투표로 뽑는 미국에서는 투표권을 통해서만 재미 한인들의 입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 10년 가까이 유권자 등록 운동을 펴온 뉴욕 뉴저지 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은 26일 이렇게 말했다.

2000년 대선 때 한인 유권자 중 투표자 비율이 14%에 불과했지만 작년말 지역선거 열기가 높아져 투표율이 20%로 껑충 뛰었고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는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 올해 목표 26%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그는 전망하고 있다.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들은 정치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 올 추석 때 한인들이 6000명 이상 모여 잔치를 벌이면서 지역 정치인들에게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누구 하나 오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한인사회에는 '표'가 많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

또 유권자센터에서 양당 대선 캠프에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선거 캠페인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우리 통계로 한인 투표율이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돈을 쓸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는 것. 김 소장은 "투표율이 35%인 인도계나 30%인 필리핀계를 위해선 양당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뉴욕 뉴저지 일대 약 38만명의 한인 가운데 시민권자가 11만7800여명이며 최근 유권자 등록이 크게 늘어나 현재 투표권을 가진 한인이 4만2400명이지만 투표로 연결시켜야 힘이 된다"면서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권유하고 있다. 그는 "선거일이 휴일이 아닌 미국에서 투표하기 어려운 한인들을 위해 부재자 투표 신청을 대행한 결과 2000명이 신청했다"면서 "그중 60%만 투표용지를 보내더라도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 소장은 "한인 이민자들이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면서 "대선 투표율을 통해 드러난 한인 표를 무기로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뉴욕시장과 뉴저지 주지사를 뽑는 선거에서 한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후보들에게 조기 지지를 약속하고 대신 고위공무원 추천권을 얻어낼 수도 있다는 것. 이같은 협상에는 한인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 및 인도계 이민자들과 연대하기로 했다고 그는 밝혔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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