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일본인 1명 피랍]日 ‘인질구하기’ 잰걸음

  • 입력 2004년 10월 27일 18시 48분


이라크 무장 저항세력에 일본인이 납치된 소식이 27일 전해지자 일본 정부는 요르단 암만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부외상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아랍어 위성TV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자위대 파병은 전투가 목적이 아니라 현지 부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칫 인질이 살해될 경우 자위대의 파병 기간 연장 논의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걱정하기 때문.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기한은 12월 14일까지여서 주둔 기간을 연장하려면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다 국민 여론도 이라크 치안 악화를 이유로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23일엔 이라크 사마와의 자위대 주둔지 영내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현지 자위대원들이 비상경계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63%가 자위대 파병 기한 연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질 석방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의 여행금지 권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들어간 것은 유감”이라고 말해 피랍자의 ‘자기 책임’도 은근히 부각시켰다.

일본 정부는 4월 일본인 인질 5명을 무사히 구출한 경험을 살려 당시 무장세력 설득에 나섰던 이라크 종교지도자들과의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피랍된 고다 교세이(香田證生·24·무직)는 뉴질랜드를 거쳐 19일 암만의 한 호텔에 도착했으며 이튿날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 이라크행 버스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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