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없는 남북경협, 한미관계 균열"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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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한미관계의 균열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미국 의회조사국(CRS) 동아시아 전문가가 경고했다.

CRS 동아시아 분석가인 마크 매닌 박사는 27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열린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초청 강연에서 "남북한간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과 미국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컴퓨터 기술 등 민감한 기술과 공작기계류 등이 한국에서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과 아직도 테러지원국가로 분류돼 있는 북한에서 생산된 물품이 미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의 15개 업체 가운데 3개가 가동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측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게 매기는 등 갈등의 소지가 있으며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미국이 한국의 대북 경제교류에 대해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진단했다.

매닌 박사는 이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강행하는 데는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외교정책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국토안보에 관한 문제"라면서 남북 경협을 정치적 차원과 구분하려는 한국 당국자들과 미국 정치인 및 일반 대중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닌 박사는 "향후 한미 경제관계의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의 경제적 급부상과 한중 경제관계의 급진전"이라며 "중국과의 경쟁에 따라 한국 정부와 기업이 구조개혁과 개방에 적극 나선다면 한미간 마찰 요인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에 대해 매닌 박사는 "양국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국이 서두르는 것과 달리 미국은 큰 관심이 없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협정체결이 가시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FTA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협정 논의 과정에서 말썽거리가 없는 국가, 전략적 동반관계인 국가와 협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한국은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 결과가 한미 경제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매닌 박사는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당선된다면 보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인들의 공약과 행정부 출범 이후 실제 정책은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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