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완충지대’ 사라지나…아라파트 병세 심각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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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5)의 건강이 중동 평화의 변수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 내부 정파와 각 무장세력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한다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기의 라말라=아라파트 수반이 머물고 있는 라말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는 27일 ‘비상사태’를 맞았다. AP통신은 “아라파트 수반이 10여분 동안 의식을 잃었으며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TV 방송은 이날 애국심을 고취하는 음악을 내보내기 시작했으며, 자치정부 청사 앞에는 군중이 몰려들었다. 아라파트 수반은 12일 감기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이후 고열과 구토, 복통 증세를 보여 왔다.

아라파트 수반이 자신의 유고에 대비해 아메드 쿠레이 총리, 마무드 아바스 전 총리, 살림 알 자아눈 자치의회 의장 등 3인으로 구성된 집단 지도위원회를 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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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발 빠른 대응’=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의 와병설이 불거진 25일부터 “아라파트 수반이 원하는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자치정부 청사 밖으로 이동을 허용한다”고 밝혀왔다.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아라파트 수반이 외국에서 숨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아라파트 수반 사망시 그의 시신을 예루살렘에 안장하는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아라파트 수반을 예루살렘 동부의 ‘하림 알 샤리프(고귀한 성소)’로 부르는 이슬람 성지에 매장하겠다고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지역은 ‘신전언덕’으로 불리는 유대인 성지이기도 해서 이스라엘은 이곳에 매장하는 것은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거세지면 예루살렘 외곽 아부 디스를 매장지로 허용한다는 대안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역시 아라파트 시신의 ‘예루살렘 입성’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에서 사망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혼란 가중’=아라파트 수반이 사망한다면 명확한 후계자가 없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심각한 혼란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자치정부의 지도력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하마스 등 테러를 불사하는 무장단체를 견제할 자치정부의 권위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아라파트만 한 권위가 없는 온건파가 권력을 잡는다면 무장세력이 더욱 극단적인 저항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가 가시화되면서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무장세력간의 경쟁으로 인해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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