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승객에게 발병하는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시부모, 큰딸과 함께 줄곧 승용차에서 지내 온 주부(48)가 현기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사인은 폐경색으로 이 여성은 앞좌석에서 발도 제대로 못 뻗고 웅크린 채 자는 등 불편한 생활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장시간 지내는 과정에서 색전증(塞栓症·혈관 속에 흘러 다니는 부유물이 혈관을 막는 증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여진이 계속되자 집과 승용차를 오가며 생활하던 80대 할머니도 전날 승용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5명으로 이 중 산사태와 주택붕괴 등에 따른 외상으로 숨진 사람은 17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나 ‘급성스트레스 장애’ 등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국은 전체 이재민 10만여명 중 1%가량이 일주일째 승용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니가타현측은 여관이나 대피소로 거처를 옮길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해당 주민들은 “대피소의 난방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승용차에 있으면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며 ‘차내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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