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피해 주민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 입력 2004년 10월 29일 18시 53분


일본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 지진으로 집을 잃고 승용차 안에서 피난생활을 하던 여성 2명이 28일 급사했다.

당국은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는 승객에게 발병하는 이른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시부모, 큰딸과 함께 줄곧 승용차에서 지내 온 주부(48)가 현기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사인은 폐경색으로 이 여성은 앞좌석에서 발도 제대로 못 뻗고 웅크린 채 자는 등 불편한 생활을 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장시간 지내는 과정에서 색전증(塞栓症·혈관 속에 흘러 다니는 부유물이 혈관을 막는 증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관련이 깊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여진이 계속되자 집과 승용차를 오가며 생활하던 80대 할머니도 전날 승용차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일본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35명으로 이 중 산사태와 주택붕괴 등에 따른 외상으로 숨진 사람은 17명이다. 나머지 피해자들은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나 ‘급성스트레스 장애’ 등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당국은 전체 이재민 10만여명 중 1%가량이 일주일째 승용차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니가타현측은 여관이나 대피소로 거처를 옮길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해당 주민들은 “대피소의 난방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승용차에 있으면 또 다시 지진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며 ‘차내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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