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철수 논란 거세질듯…이라크 인질 피살에 충격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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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31일 일본은 테러범들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도쿄=AP 연합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31일 일본은 테러범들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도쿄=AP 연합
이라크 테러조직에 납치된 일본인 고다 쇼세이(香田證生·24)가 피살된 사실이 31일 확인되자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 지진으로 시름에 잠겨 있는 일본 열도는 또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이라크에서 일본인이 무장세력의 총격 등으로 사망한 전례는 있지만 인질로 잡혀 처참하게 참수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 후쿠오카(福岡)현의 가족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비탄에 잠겼다.

일본 언론들은 이라크에 파병된 자위대 철수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자위대 철수 안 한다’=일본 정부의 주요 각료들은 고다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테러범들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라크 테러조직에 납치된 일본인 고다 쇼세이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이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31일 고다씨의 피살 소식을 전하는 일간지 호외를 도쿄 시민들이 받아보고 있다.-도쿄=AP연합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라크에 민주적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일본에 적합한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말해 자위대를 계속 주둔시킬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 주둔 중인 자위대는 12월 14일로 주둔기한이 만료된다. 최근 박격포탄이 자위대 주둔지 영내에 떨어지는 등 사마와의 치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 일대 치안을 맡아온 네덜란드군이 철수키로 하자 일본 정부 내에서도 자위대의 안전을 더 이상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자위대 파병이 없었다면 이처럼 끔찍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파병기간을 연장하지 말고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책임론’의 망령=고다씨의 가족들은 이날 ‘여러분에게 폐를 끼쳐 면목이 없다. 구출을 위해 노력해준 데 감사한다’는 코멘트를 발표했다. 정부가 초기 단계부터 자위대 철수를 거부해 살해로 이어졌다는 식의 원망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4월 인질로 잡힌 자원봉사자 등 5명의 가족들이 자위대 철수를 호소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받았던 전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사회 일각에선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위험지역에 들어간 본인 책임도 크다’는 ‘자기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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