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조기승복' 배경에 주목

  • 입력 2004년 11월 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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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진영이 3일낮(현지시간) 패배를 받아들인 것은 '정치'와 '수학'의 결과였다.

오하이오주의 승패를 최종 확정할 잠정투표를 모두 개표할 때까지 불복하자는 당 지도부의 건의를 받고도 케리 후보는 승복연설을 통해 "미국은 단결이 필요하고 더 큰 열정을 갈망하고 있다"며 '당파적 분열' 다리 역할을 다짐했다. 케리 진영이 불복할 경우 당선자 확정이 더뎌져 미국이 더 분열되고 미국은 물론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될 책임의 큰 부분을 떠안게 돼있었다.

오하이오 주립대 정치학과 허브 와이스버그 교수는 전화인터뷰에서 "케리 후보의 조기 승복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레임덕의 굴레에서 벗어나 '350만표 차이 승리'를 토대로 지지자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의 중심에 서서 갈라진 미국의 통합을 위해 뛸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2000년 대선 투표후 36일간 당선자를 가리지 못하게 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소동 때와는 달리 케리 후보가 조기 승복한 것은 오하이오주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현실판단의 결과였다.

선거인단 20석이 걸려있는 오하이오주의 개표결과 △부시 대통령이 279만6147표(51.0%) △케리 후보가 265만9664표(48.5%)를 얻어 13만6483표 차이를 보였다.

오하이오주의 잠정투표는 그 숫자조차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케리 진영에선 한때 25만표라고 주장했으나 오하이오 현지에선 15만표 정도로, 많을 경우 17만5000표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엔 10만표의 잠정투표가 있었으며 그중 90%가 유효표로 판정됐다. 이를 감안하면 약 14만표가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해외근무 민간인 등의 부재자투표가 많을 경우 1만표가 더해질 수 있다.

결국 케리 후보가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하려면 부시 대통령에게 1만표 가량만 빼앗기고 나머지 14만여표를 차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잠정투표의 상당수가 클리블랜드 등 오하이오주 북부의 저소득 근로자 및 흑인 유권자에게서 나온 것이며 케리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높다고 하더라도 90%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기엔 현실적, 통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하이오주 정치분석가들의 견해였다. 와이스버그 교수는 "케리 지지표는 60% 가량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정투표는 법에 따라 이달 중순까지 개표절차를 밟게 된다.

콜럼버스=홍권희 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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