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통신망 보급, 인터넷 이용 등 정보화 초기 단계에서 선두를 달렸던 한국이 정보화 2단계에서 추진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화 서비스의 도입, 어디서나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한 두루누리(유비쿼터스) 사회에 대비한 기술개발 등 현안이 각종 집단의 이해관계 충돌과 정부의 추진력 부족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등 외국은 범국가적인 합의를 도출하거나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보화 신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를 예정대로 추진 중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해관계의 덫에 걸린 DMB=한국은 올해 3월 일본과 함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위한 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승자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올해 10월 위성 DMB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 DMB는 이동 단말기로 선명한 화질의 방송을 보는 서비스로 6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신사업.
이 사업은 일부 지상파 방송사의 반발과 방송법 규제에 걸려 표류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다른 부처들이 DMB 사업을 국가 경쟁력보다는 통신업계의 방송영역 침범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진척이 느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 정부는 위성 발사 이전인 지난해 7월 사업자에게 예비면허를 주고 올해 5월에 본 면허를 줘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했다.
▽정부의 과감한 동기부여 부족=정통부는 올해 6월 유통업의 혁명을 가져올 무선 전자칩 식별장치(RFID)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기반 기술을 연구해야 할 대기업들은 “정부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투자를 꺼리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RFID를 응용할 기반 기술이 준비되지 않아 정책과 산업 현장이 겉돌고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수준 높은 RFID 기술을 월마트 등 유통업체에 본격 도입하고 신사업에서 응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인프라도 추격 당할 가능성=한국이 차세대 정보통신 사업에서 수렁에 빠져 있는 사이 정보화가 늦었던 일본은 한국의 강점이던 초고속통신망 사업 등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e재팬Ⅱ’ 전략을 발표한 뒤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고속통신망(ADSL)보다 5배 이상 빠른 광케이블(FTTH망)을 일반 가정에 보급하고 있다.
일본의 광케이블 가입자는 최근 170만가구를 돌파했다. 올해 말부터 광케이블 보급에 나선 한국이 현재의 일본 수준에 도달하려면 5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하원규 연구센터장은 “휴대전화 단말기, 온라인게임 사업의 해외 진출에서 보듯 한국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빨리 도입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최근 성공의 방정식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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