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기 4년간 체니 부통령은 강력한 장악력을 발휘하며 강성 보수 기조를 주도했다. 로브 고문은 정책 추진과 선거전을 맡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체니 변수(Cheney factor)’라는 말이 나돈다. 그의 배후 영향력을 일컫는 말이다. 워싱턴의 한 진보 성향 싱크탱크는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관계는 제자와 스승의 관계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막후 의사 결정에도 개입했다. 올해 2월 2차 6자회담 때 “북한에 양보하지 말라”는 지침을 주무 장관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거치지 않고 베이징(北京) 회담장에 내린 뒷이야기가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됐을 정도.
민주당은 체니 부통령을 ‘보스’라고 불렀다. 존 케리 후보는 플로리다 유세 때 “공화당 보스가 이곳(플로리다)에 왔다기에 체니 부통령이 다녀간 줄 알았는데 부시 대통령이더라”고 비꼬았다.
로브 고문은 이번 재선을 포함한 41개의 굵직한 선거에서 37차례 승리를 이끌어 낸 ‘프로’다. 27세에 여론조사전문가로 선거판에 뛰어든 뒤 27년간 공화당의 각종 선거전략을 세웠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이어 1980년대 중반부터 현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민주당이 실업, 이라크전쟁을 공격하는 동안 선거의 쟁점을 ‘도덕적 가치’로 몰아갔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승부를 가른 오하이오주에서 2일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표 대결을 벌인 2개 지역은 로브 고문이 찍은 ‘최우선 방문지역’과 일치했다. 그의 과학적 분석력을 보여 주는 사례다.
민주당은 그를 ‘쓰레기장의 개’로 혹평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스는 “로브는 흑색선전에 능하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1994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 때 ‘민주당 여성 주지사는 레즈비언’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2000년 공화당 경선 때는 경쟁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사생아를 뒀다’는 흑색선전이 퍼졌는데 모두 로브 고문의 ‘작품’이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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