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순영]美대선결과에 일희일비 말자

  • 입력 2004년 11월 4일 19시 06분


코멘트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대통령은 그 나라의 진로와 명운을 좌우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는다. 더구나 이 글로벌시대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움직임과 질서를 좌우할 힘이 있다는 점에서 세계 공동체의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놓고 ‘조지 W 부시’냐 ‘존 케리’냐를 논하고 지지와 반대를 표명하며 토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나라가 세계 공동체와 떨어져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간다.

▼누가 되든 미국적 가치 대변▼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는 미국 대선을 ‘우리나라의 시각과 기대’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미국 대통령은 미 국민들이 미국적 가치관과 미국의 이익이라는 기준에서 선출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한 지속적 번영을 확보하는 것을 최고의 국정지표로 삼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지속하려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우리의 의지나 희망과 관계없는 객관적 현실이다.

미국의 지도층은 유일 초강대국이라는 자긍심과 세계의 평화질서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이는 9·11테러 이후 더욱 확고해졌다. 미국은 지금 국경도 없고, 대상도 분명히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중이다. 선거 기간 중 부시 대통령만이 아니고 케리 후보 또한 ‘악의 축’ 국가들이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고 이를 테러리스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선제공격할 것임을 원칙으로 받아들였다. 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 분쇄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공격했었다. 독재자에 의한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데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더 앞선다. 이것이 미국의 ‘아메리카주의’의 발로이다.

미국은 내부의 비판과 반대를 통해, 끊임없는 찬반토론을 통해, 자기혁신과 자기승화의 과정을 가고 있다. 대선 기간 중 케리 후보는 테러와의 전쟁에 관해 공화당의 입장으로 가까이 가는 움직임을 보였고, 부시 대통령은 거꾸로 소프트파워, 즉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자기보정 과정이 바로 미국의 강점이요,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저력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안보질서에 대한 도전이요, 결과적으로 미국의 문제라고 간주하며 중국의 협력을 받아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나 케리 후보나 똑같이 추구하는 미국의 목표이다. 북한 인권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인류 보편적 가치, 규범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을 두고 우리가 ‘부시냐, 케리냐’로 일희일비하는 것은 미숙한 일이다. 우리는 미국의 가치관의 흐름이, 미국의 대외정책의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봐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소속 정당을 떠나 ‘미국의 흐름’ 위에 서 있을 뿐이다.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기본 흐름은 마찬가지다. 이 점에서 우리 대미 외교의 갈 길은 자명하다. 미국 사회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냉철하게 대응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美대외정책 흐름 직시할때▼

지금 미국인들은 한국을 이렇게 보는 듯하다. “한국인은 민족끼리 한반도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실패한 독재정치가 아니고 민족주의·주체정치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을 군사주의·일방주의의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의 흐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미국의 대한(對韓) 인식이라고 할 때, 과연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외교 과제가 되어야 한다.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