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배양접시 바닥에 60개의 전극을 격자 형태로 배열한 후 쥐에서 뽑아낸 살아있는 대뇌피질 신경세포들을 전극 위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신경조직, 즉 ‘뇌’를 형성하는지를 관찰하자 60개의 전극 위에는 약 2만5000개의 뇌세포가 자라난 것으로 나타났다.
드마스 교수는 이렇게 탄생한 ‘뇌’를 ‘살아있는 컴퓨터’라고 표현했다. 연구팀은 이 뇌를 데스크톱 컴퓨터를 통해 비행 시뮬레이터와 정보를 주고받게 했다. 먼저 뇌의 신경세포들은 비행기가 직진하는지, 좌우로 기울어지는지 등 비행 조건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이 자료를 분석한 뇌세포들은 비행기 조종에 필요한 신호를 보냈다. 이 신호로 비행경로가 바뀌고 새로운 정보가 뇌세포에 전달되는 식으로 피드백이 이뤄졌다.
뇌세포들은 처음에 조종이 서툴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비행기 조종법을 터득해 강한 바람이 불든, 하늘이 맑든 가상공간에서 자유자재로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전산학과 양현승 교수는 “쥐의 뇌세포가 비행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지만 상하좌우의 움직임에는 익숙할 것”이라며 “뇌세포의 수가 더 많이 연결된 컴퓨터가 성공한다면 더 복잡한 작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뇌세포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알아내 간질 같은 신경장애를 이해하고 미래에 소형 무인기를 조종하는 살아있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있다.
한편 지난해에는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이 뇌의 신경세포들로 로봇장치를 움직여 어린이 낙서 수준의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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