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사망임박]자치정부 청사안에 묻힌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18분


논란을 빚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장지는 결국 자치정부 청사(무카타) 안으로 결정됐다.

자치정부 지도부는 10일 아라파트 수반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무카타에 묻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라파트 수반의 장지는 단순한 묘역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라말라는 양측 모두 당초 바라던 바는 아니지만 ‘타협해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의 생전 희망은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하림 알 샤리프(고귀한 성소)’에 묻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대인의 성지이기도 한 이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대 입장은 완강했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이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가자지구에 묻히기를 바랐다.

팔레스타인측은 대안으로 라말라를 제시했고,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한 이스라엘이 이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저 불허하면 팔레스타인 주민과 저항세력이 대규모 폭동이나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자치정부 청사에서 3년 가까이 연금 생활을 했다. 이에 따라 이곳은 팔레스타인 투쟁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아라파트 수반이 묻히는 장소는 앞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새로운 성지로 인식돼 순례자들이 줄을 이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아라파트 수반의 묘역을 예루살렘으로 이장해야 한다는 시위가 매년 기일에 맞춰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아라파트 수반의 묘역을 주민 단결의 ‘구심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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