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盧대통령 LA연설 토론 필요”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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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는 16일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에 대해 “노 대통령의 연설에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고위관리들과 가까운 장래에 토론을 갖기 바라는 요소들이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 수사(修辭)를 통해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국무부가 동맹국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토론의 필요성’을 거론했다는 점은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한미간 시각차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노 대통령의 13일 연설 가운데 어느 대목이 토론 대상인지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은 외부위협 억제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발언을 염두에 뒀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 햇볕정책의 필요성을 옹호해 온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17일 “(노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고 충격을 표시한 것도 이 같은 짐작을 뒷받침한다.

미 국무부는 노 대통령의 연설 뒤 매일 열리는 정례 브리핑에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이 특정 사안에 대한 국무부의 견해를 물을 때 공보실에서 미리 작성해 둔 ‘성명’을 전화로 읽어주는 형식을 취한다. 이번에도 이 관례를 따랐다.

미 국무부의 이 같은 선택은 19일로 예정된 칠레 산티아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대통령의 연설-미국의 공식 브리핑’이라는 ‘장외 대결’ 형식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언론사에 대한 답변 형식을 통해 한미간 시각차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성명을 한글로 번역하면 원고지 2장이 조금 넘는 정도로, 글자 수로만 따지면 한미간 북한 핵 인식이 일치한다는 대목이 훨씬 많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워싱턴 시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익명을 전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며,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면 정치 경제적 혜택이 크다는 점이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의 공통 견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이 행사는 e메일을 통해 당일 아침에 행사를 통보할 정도로 급히 마련됐다. 따라서 ‘6자회담 참가국의 한목소리’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 국무부가 공개한 ‘성명’에서 느껴지는 한미간 온도차는 내부적인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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