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장과 통일부총리를 지낸 권오기(權五琦·72) 울산대 석좌교수와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56) 논설주간이 펴낸 일본어판 ‘한국과 일본’(사진)이다.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간 4회에 걸쳐 진행된 대담을 아사히신문 출판부가 정리한 것으로 이달 말 일본에서 시판된다.
대담은 동북아 질서의 최대 현안인 북한 체제에서 시작해 한일 국민성 비교, 월드컵 공동주최 등 스포츠 교류의 의미, 한국의 역대정권, 애국심의 실체, 반미와 친미 등 폭넓은 주제에 관해 기자로서의 생생한 경험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 석좌교수는 1963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해 한일수교 과정을 지켜보는 등 일본 사정에 밝다. 이후 편집국장, 주필, 사장을 거쳐 1995년 12월부터 1998년 2월까지 통일부총리를 지내 북한 문제에도 해박하다.
권 석좌교수는 대담에서 “일본인을 한 사람도 알지 못하는 한국인이 일본을 논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라며 한국에서 곧잘 벌어지는 맹목적인 일본론의 허구성을 경계했다.
그는 책 후기에서 “내년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가 사실상 시작된 을사조약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라며 “100년간의 한일관계를 염두에 두고 대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와카미야 논설주간은 대담에서 “한국에서는 매국노가 나라를 망쳤지만 일본에서는 애국자가 나라를 망쳤다”며 일본의 왜곡된 애국심이 빚어낸 역사적 폐해를 통렬히 지적했다.
그는 “한일수교 40주년 등 여러모로 뜻 깊은 내년을 앞두고 이 책이 일본인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에게도 읽힌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말로 후기를 대신했다.
와카미야 논설주간은 아사히신문 정치부장을 지냈으며 연세대에서 어학연수를 한 지한파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도 지냈다.
아사히신문 출판부는 “최근의 한류 붐에서 나아가 양 국민이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해 주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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