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의 여파로 스페인에 좌파정권이 들어서고,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취임 직후 이라크 철군을 단행하면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터라 부시 대통령의 환대는 더욱 관심을 끌었다.
카를로스 국왕은 사파테로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사파테로 총리의 이라크 철군 조치는 온두라스, 도미니카, 필리핀의 철군 도미노 현상을 불러와 미국을 곤경에 빠뜨렸다. 스페인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라크 문제에서 프랑스와 독일편에 서겠다고 선언해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11월 미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파테로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승리한 뒤 축하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조차 하지 못하는 냉대를 받았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휘장이 새겨진 헬기로 카를로스 국왕 부부를 데려오게 하고 픽업트럭을 직접 몰고 헬기 착륙장까지 나가 영접했다. 이어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카를로스 국왕 부부를 차에 태우고 목장 구석구석을 안내하는 성의를 보였다.
클레어 뷰캐넌 백악관 대변인은 “스페인은 오랫동안 굳건한 동맹국으로 부시 대통령은 스페인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국왕을 자신의 농장으로 초청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서부 백악관으로 통하는 크로퍼드 목장은 부시 대통령이 아주 가까운 외국 정상들만 초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이곳에 초대된 외국 정상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존 하워드 호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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