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이 31년 뒤 켈로그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지명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켈로그 CEO(51)를 상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그를 “미국 사회의 사다리를 밑바닥에서부터 최정상까지 경험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999년 켈로그 CEO에 취임할 때 숱한 화제를 뿌렸다. 어린시절 정착한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호텔 벨보이에게서 영어를 배웠고, 멕시코에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쿠바에 살 때만 해도 그의 아버지는 파인애플 농장을 경영하는 상류층이었다. 1960년 피델 카스트로의 탄압으로 조국을 등질 때 ‘옷가방만 31개’를 가져왔을 정도로 유복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상무장관 지명 직후 “미국인이 기업하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맛보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그의 음성은 자신감이 넘쳤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 멕시코 캐나다 아시아에서 근무한 국제 감각, CEO 취임 후 적자기업을 업계 선두로 탈바꿈시킨 냉철한 구조조정 능력을 높이 샀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역대 상무장관을 대통령의 측근이나 선거자금 모금에 기여한 인물을 임명하는 관행을 뒤집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2주 전 백악관에서 인터뷰 형식의 면담을 거친 끝에 ‘채용’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상원 인준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구티에레스 내정자에게 부여된 임무는 2000년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7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제조업체의 활력 찾기, 복잡한 세법정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는 의회와 외국을 상대로 2기 부시 행정부 경제정책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티에레스 기용은 또 여성(교육 국무) 흑인(국무) 히스패닉(법무 상무) 등 소수인종을 중용하고 히스패닉 유권자를 지지기반으로 강화하는 정치적 포석도 고려됐다고 미 언론은 지적했다.
그의 지명 수락에 월가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급여 및 보너스를 포함해 740만달러(약 77억원)를 받았지만 내년엔 장관 급여인 17만5700달러(약 1억8000만원)로 만족해야 한다. 그의 지명 소식이 알려진 이날 켈로그의 주가는 3.4% 떨어졌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