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히스패닉 ‘票의 힘’…대선후 법무-상무장관 배출

미국 내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주민)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계인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49)에 이어 상무장관까지 쿠바계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켈로그 최고경영자(51)를 임명했다.

최근 들어 미국 인구통계국 자료에는 ‘히스패닉의 급팽창’이라는 제목이 자주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8세 이하 인구 중 무려 53%가 히스패닉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 2050년에는 전체 인구 중 백인 비중은 50% 아래로 떨어지는 반면 히스패닉이 25% 이상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히스패닉의 힘은 이미 정치 현장에서 실증되고 있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으로선 막대한 인구의 히스패닉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11월 미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은 멕시코계의 미국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히스패닉에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존 케리 후보도 대표적인 히스패닉 정치인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포함시켰었다.

히스패닉의 경제적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평균 가구소득은 아직 미국 평균보다 다소 처지지만 전체 구매력은 2001년 말과 비교해 10월 말 현재 30%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백인, 흑인 등 비(非)히스패닉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이에 따라 히스패닉이 미국의 음식, 의복, 승용차 소비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들이 이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히스패닉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도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