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자, 화학 분야를 노리는 ‘황색 자본’=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세계 67개국의 투자 유망 산업 목록을 공개했다.
이 투자 목록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등 3개 제조업 분야와 함께 무역 소매 연구개발 건축 교통운수 등 주요 서비스산업이 투자 유망분야로 지목됐다.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인수합병(M&A)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켐의 인천정유 인수, 산다의 액토즈소프트 인수 등이 대표적 M&A 사례로 꼽힌다. 시노켐의 인천정유 인수금액은 5억달러에 이른다. 과거 소액투자에 머물던 중국자본이 이제 본격적인 대규모 직접투자에 나선 것.
최근 증권가에선 중국 자본 등을 끌어들여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역외 사모(私募) 펀드도 등장했다.
국내 M&A 전문가들은 앞으로 3∼4년간 한국 M&A 시장에서 중국 자본의 ‘황색 바람’이 거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신재하(申在夏) 전무는 “반도체, 휴대전화 등 한국의 핵심 산업 가운데 후발 기업들이 중국 자본의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기술 유출 비상=중국 자본의 M&A를 통한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건수는 51건(예상 피해액 44조원)으로 집계됐다. 기술 유출 대상국은 중국이 전체의 3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러나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대책은 허점투성이다. 2000년 규제 개혁 차원에서 기술 수출 계약을 할 때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부는 기술 수출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전략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대외무역법은 수출에 국한해 규제를 하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의 국내 법인으로 기술이 이전될 경우에는 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다.
미국의 수출통제법령(EAR)은 외국기업의 미국 내 자회사가 전략기술을 이전받을 경우에도 수출로 간주해 통제하는 ‘간주수출(Deemed export control)’ 규정을 둬 핵심기술 유출을 막고 있다.
▽동전의 양면, 중국 자본 유치=전문가들은 핵심기술의 유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중국 자본 유치를 통해 산업구조 개편과 중국 시장 진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가동률이 30∼40%로 하락한 인천정유의 경우 시노켐의 자본을 수혈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을 투자 대상국으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주요 외자유치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을 정도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중국기업 유치 세미나를 열었다. 또 스웨덴은 2002년 상하이에 중국기업 유치업무를 전담하는 사무소를 개설했다.
대외경제연구원 남영숙(南英淑) 중국팀장은 “중국 자본을 이용한 한국 산업구조 개편과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투자 유치 설명회 등 중국투자 유치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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