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남편 최모 씨(50)와 결혼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일본인 나가무네 료코(永宗良公·42·사진) 씨는 최근 일본에서 부는 한류(韓流) 열풍을 잘 활용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일본에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100번 말하는 것보다 배용준 씨가 한마디 하면 일본 사람들이 훨씬 더 큰 관심 가질 거예요.”
지금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그의 ‘한국 사랑’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 체험한 반일 감정’에서 시작됐다. 그가 결혼해서 처음 살던 충남 홍성군의 작은 마을은 역 앞에 항일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반일 감정이 특히 강한 동네다.
“제가 일본 사람인 걸 알고 눈을 흘기는 분들도 있었어요. 일제강점기 때의 역사를 배우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죠. 또 일본의 고도성장의 바탕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요. 과거 일본이 했던 일들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는 매일 아침 마을 청소를 했다. 처음엔 외면했던 이웃들도 한 달이 지나자 말을 걸기 시작했고, 나중엔 함께 청소하는 이웃도 생겼다. 1992년 서울로 이사 온 뒤로는 10년 넘도록 동사무소와 초등학교에서 일본어 학습 지도, 문화재 안내 통역 봉사, 구청 홈페이지 일본어판 보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중학생 두 딸과 초등학생 아들 등 세 남매의 어머니 역할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다행히 아이들이 ‘밖으로 봉사 나가는’ 엄마를 잘 이해해 준다고 한다. 남편의 반응에 대해 그는 “내 활동에 대해 잘한다, 못한다 말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 남자의 침묵은 곧 인정 아닌가요”라며 웃는다.
화끈한 한국 사람이 좋다는 그는 “과거 한국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본인으로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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