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빅3’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잠정 중단을 약속하긴 했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완전 폐기 방안에 대해서는 양측이 심각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의 잠정적인 핵 동결 약속을 이끌어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의 영구적인 핵 포기를 위해서는 미국이 다음 단계의 협상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외교관들은 이란에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당근’은 불가침 약속을 포함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인 만큼 미국의 회담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유럽 국가들이 최근 이런 입장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내정자에게 전달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이란 핵 접근 방식이 ‘나이브(순진한)’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고 비밀 핵 개발을 추진한 것처럼 유럽과 이란의 합의는 쉽게 깨지거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미국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12일 발언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IAEA 이사회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란은 긴박한 핵 위협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단결해 이란에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당장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격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최근 유럽을 방문하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년 초 유럽을 순방하기로 하는 등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란 핵 문제에 관한 양측의 이견차가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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