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풍도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며칠 전 한 일본인 교수는 강의 시간에 한류 이야기를 하면 몇몇 학생이 그건 일부 아줌마들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지 일본 사람 전체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화를 내면서 반발한다는 것이다.
한 한국인 유학생은 일본인 학생들 사이에서 용사마의 이야기나 한류 이야기가 나오면 아예 입을 다문다고 했다. 용사마를 매우 싫어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란다. 아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둘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한 학부모가 용사마 자랑을 늘어놓으니 옆사람이 얼굴을 찡그리며 화제를 돌리더라는 것이다.
용사마에 빠진 일본의 중년부인들은 한국인이 서로 큰소리로 싸우는 모습도, 무뚝뚝한 태도도 모두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선 한국에 대한 험담을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거센 한류 열풍에 대한 반발심리가 생기면서 잠복돼 있던 한국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는 듯하다.
그 형태는 다양하게 표출된다. ‘용사마의 모든 행동은 각본에 짜여 있다’ ‘얼굴엔 화장을 했다’ ‘한국에 가보니 볼 것이 없다’ 등등. ‘한국은 일본의 한수 아래’라는 편견에 근거해, 그런 한국인이 만든 문화에 ‘미치도록 빠진’ 일본인을 바보스럽다고 비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영국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용사마 정도는 아니어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지만 이런 역풍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인에 대한 동경, 한국 등 아시아인에 대한 멸시 풍조가 이런 대조적인 반응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일본인들의 이런 속 좁음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한류의 역풍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정희 일본 교토 소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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