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생가능 없는 환자 치료중단 요구 '존엄사' 법 추진

  • 입력 2005년 1월 3일 14시 11분


말기 암 등으로 소생 가능성이 없는 중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존엄사(尊嚴死)' 법 제정이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소속 의원들은 이달 중 관련 간담회를 발족, 시안을 만들어 차기 정기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존엄사란 불치의 환자가 인공호흡기 등 연명장치를 제거해줄 것을 의료진에 요구해 자연스런 형태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약물 주입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안락사와는 구분된다.

존엄사 법안의 골자는 △말기 암 등으로 불치의 상태에 놓인 환자가 인공호흡기 등을 계속 부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인정 △환자 등의 뜻에 따라 과도한 연명조치를 중단한 의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 면제 등으로 예상된다.

혼수상태 등으로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구할 수 없게될 경우에 대비해 환자가 중증 상태에 이르기 전 '존엄사' 선택 의사를 카드에 기입해놓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운전면허증에 존엄사 혹은 장기기증에 관한 의사 표시난을 만드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최고령 국가답게 연명치료를 받는 고령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의료비 부담이 가중된데다 환자의 인격권 보호 차원에서도 선택권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사망하지 않았으나 사회적으로는 의미 없는 연명치료가 의료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학계 현장의 지적도 높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의사의 86%, 간호사의 91%가 연명 치료 중단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고민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일부 주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는 존엄사 뿐만 아니라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안락사는 물론 존엄사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가족 혹은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를 택해 인공호흡장치를 떼내는 경우가 많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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