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태국 ‘푸껫 인터내셔널’ 병원 정문 입구. 태국 의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진해일(쓰나미·津波)로 부상한 스위스인이 갑자기 흥분해 자해하려 하자 통역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스위스 간호사 출신 여성 자원봉사자가 급히 뛰어왔다. 그리곤 곧장 2층 병실로 올라가 환자의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었고, 자살을 기도했던 환자는 낯익은 고향 말에 안정을 되찾았다.
지진해일의 강타로 사지(死地)로 변해버린 휴양도시 푸껫. 하지만 각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내고 있다.
한국인 자원봉사단체 ‘푸껫 여행자협회’의 분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지진해일 발생 바로 다음날인 27일, 푸껫 시내 ‘와트코짓’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24시간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29일 한국인 희생자 이혜정 씨(27)의 시신을 화장할 때는 100여 명의 협회 회원이 모여 묵념을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모여 주셔서 딸이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겁니다.”
이 씨의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여행자협회는 카오락과 끄라비에서 시신 발굴 작업에도 참여했다.
푸껫에서 현장을 지휘하는 조중표(趙重杓) 대사는 “이들이 없었으면 피해자 집계뿐 아니라 실종자 발굴도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봉사자도 적지 않다. 미국인 이반 체바로스 씨는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 보트대회에 참가하러 지난달 말 푸껫에 왔다. 하지만 대재앙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곧장 구호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27일부터 ‘방콕 푸껫 인터내셔널’ 병원에서 환자 명단을 작성하고 길을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목은 쉬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역사에 남을 지진해일 피해 장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푸껫 시청은 자원봉사자들의 집합소. 세계 60여 개국 교민들이 텐트를 치고 자국 국민의 여권발급, 병원알선 등을 돕고 있다.
이들 중엔 푸른 체육복에 흰색 상의를 입은 태국 중학생 수백 명도 섞여 있다. 생수와 음식을 부지런히 나르며 봉사활동을 한다.
시청에서 영사 업무를 돕는 한국국제협력단 김화란 씨(24)는 “상황이 너무나 참혹해 무섭지만 한국 피해자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며 땀을 닦아 냈다.
푸껫·카오락=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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