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관계자는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이 있은 직후에는 이재민들이 공항에 몰려들어 외국인들에게 ‘살려달라’ ‘먹을 것을 달라’며 구걸하는 바람에 난장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이재민들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2일 밤부터 시내 일부지역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고, 작은 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아체 주(州)의 주도(州都)에 있지만 시골 간이역 수준이던 공항도 세계 곳곳의 구호단체 요원과 구호품을 실어 나르는 행렬로 북적이고 있다. 가족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귀해져 각종 서비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평소 20만 루피아였던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택시요금이 지금은 100만 루피아로 뛰었다. 반다아체에서 메단을 오가는 항공료도 10만∼20만 루피아에서 2일 밤 30만 루피아까지 올랐다가 3일 오전에는 55만 루피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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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지진해일 최악의 피해지역인 반다아체의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해안이나 강가 지역은 잔해 수거는커녕 무너진 건물에 묻힌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또 6개의 이재민 수용소가 만들어졌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군 당국은 1일부터 방역작업을 시작했지만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팽배하다. 군 관계자는 “내버려진 시신들이 풍선처럼 부풀어 터지게 될 경우 병균 오염의 숙주가 된다”고 말했다. 군 굴착기는 시신들을 곳곳에서 파묻고 있었다.
1일 도착한 국제구호선교단체인 ‘기아대책’의 한국 선발진 25명은 현지 상황에 맞춰 의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환자들은 초기 외상을 치료받지 못해 덧나고 2차 감염되는 바람에 병이 커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현태 씨(38·선린병원)는 “대부분 물에 휩쓸릴 때 긁힌 정도의 작은 상처였지만 패혈증으로 커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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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은 치안공백으로 강도 살인 방화가 벌어지고 있다. 아체 주 가운데 정부군이 점령한 반다아체를 제외하고 반군이 점령한 대부분의 지역에선 해일이 덮친 뒤 살아남은 난민들과 반군들이 폭도로 변한 경우도 있다. 400km 떨어진 메단으로 피신한 한 화교는 “폭도들에 의해 재산을 모두 빼앗겨 알거지가 되거나 집이 불타 없어지는 등 아체 주 대부분 지역이 무법천지로 변했다”고 말했다.
반다아체(인니)=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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