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기자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대상은 없다”면서 “무장 저항단체들은 상당 기간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뒤 납치하기 때문에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뉴스위크 중동지역 담당으로 오랜 기간 바그다드를 취재해 온 크리스토퍼 디키 기자는 7일 인터넷 칼럼을 통해 “총선(30일) 취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수백 명의 기자가 이라크로 몰려들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곳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곳에서 취재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대사관이나 미군이 기자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지대인 그린 존 역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미군들 역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기지 밖으로 나갈 땐 반드시 보호장비를 갖추고 무장을 해야 한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는 수 km에 불과하지만 대사관 직원들은 납치 살인의 위험 때문에 헬리콥터로 이동할 정도다.
기자들도 신분을 숨기고 비밀리에 취재한다고 해도 현지인과 인터뷰 하는 순간 즉시 위험에 노출된다.
5일 바그다드에서 이라크인 통역 후세인 하눈 알 사디 씨와 함께 실종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플로랑스 오브나스 특파원도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위해 숙소에서 나간 뒤 9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AP통신은 한 식당 주인의 목격담을 인용해 두 사람이 바그다드 그린 존 인근에서 강제로 차량에 태워졌다고 전했다.
다른 기자들이 바그다드 북쪽 발라드에서 만난 복면 무장세력은 두 사람이 건강하게 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나 이라크 정부는 그 어느 쪽 얘기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이라크 현지 언론 및 취재 관련자 피랍 일지▼
2004년 8월 20일=프랑스 르 피가로 기자 조르주 말브뤼노 씨와 RFI 라디오 기자 크리스티앙 셰노 씨, 무장단체에 납치
10월 28일=이라크 여기자, 바그다드에서 피살체로 발견
11월 1일=로이터통신의 이라크인 카메라 기자, 총기 피살체로 발견
12월 22일=말브뤼노, 셰노 씨 석방
2005년 1월 5일=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소속 여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스씨와 통역인 후세인 하눈 씨 등 4명 피랍
이라크전쟁 발발(2003년 3월) 이후 기자 및 취재 보조인력 총 45명이 납치 피살 또는 취재 중 폭격 등으로 사망
자료 제공: 국경없는기자회(RSF)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