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대표적 백화점인 라파예트와 프랭탕 앞에 동이 트기 전부터 수백 명이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선 것. 이날 시작된 겨울 세일을 노린 쇼핑객들이 개장 시간 전부터 모여든 것으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객들은 앞 다투어 원하는 매장으로 달려갔다.
샹젤리제의 상가 모습도 비슷했다. 가게 셔터가 채 올라가기도 전에 몸을 숙여 안으로 돌진하는 쇼핑객들도 있었다. 일부 가게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날 0시부터 문을 열기도 했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실시되는 프랑스의 세일은 전 세계의 쇼핑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최고 50%, 어떤 품목은 70%까지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데다 평소 할인하지 않는 이른바 ‘명품’ 브랜드도 대부분 세일에 참가하기 때문. 이날 전국적으로 동시 시작된 세일은 파리에선 다음 달 12일까지 계속된다.
이날 오전 파리의 최고급 백화점인 6구의 봉 마르세 백화점. 2층 구두 코너의 구찌 매장 앞에 수십 명이 줄지어 섰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들은 앞사람이 먼저 원하는 물건을 살까봐 초조한 표정이다. 세일 첫날 오전인데도 인기 브랜드의 물건들은 이미 대부분 팔려나가고 없었다.
생 제르맹 데 프레 지역의 길거리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여성복 전문인 시슬리 매장에 들어서니 10여 벌의 옷을 집어든 한 여성이 뒤뚱거리며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행인들 손에 쇼핑백 한두 개는 기본으로 들려 있었다.
세일은 유명 백화점이나 상점뿐 아니라 생활용품을 파는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도 실시된다. ‘세일(Soldes)’이라는 글자가 시내 전체를 뒤덮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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