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중국이 대만해협 일대에서 공군과 해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맞서 서태평양의 미군을 보강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양국의 외무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열어 중국의 군사력 증강 억제를 양국 공동안보 전략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어 올여름에는 전 세계 차원의 안보협력과 동아시아 분쟁 발생 시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역할 분담 등을 명시한 ‘신(新)미일안보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다.
미일 양국은 현 시점에서 당장 중국을 ‘군사적 위협’으로 명시하지는 않되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해 중국이 군비 확장과 적대적 전략에 기울지 않도록 외교 압박을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만 위기가 발생하면 미중 군사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예방조치로 중국이 이 일대에 대한 군사력 증강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
이런 구상은 ‘잠재적 적국’에 대해 군사 및 외교 수단을 총동원해 군비 확충을 단념케 하는 미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에 따른 것으로 군사 위협을 통해 분쟁을 예방하는 냉전시대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열린 미일 실무협의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의 무기 시스템이 미군의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중국의 군비 확대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측은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다른 나라의 개입을 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보유하려는 생각을 갖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서태평양의 미군 능력을 키워 견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중국을 군사적으로 자극할 만한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방위계획대강’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북한과 함께 중국의 움직임을 지목한 바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일 양국의 중국 압박에 대해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염려하는 미국과 동중국해 가스전 분쟁 등으로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경계하는 일본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주일미군 재편의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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