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취임연설후 네오콘 기지개…“대외정책 논쟁서 승리”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2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계기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다시 힘을 얻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상황 때문에 한동안 목소리를 낮췄던 네오콘 인사들이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 이후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네오콘이 대외정책 논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외교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정책들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오콘의 반응=워싱턴포스트는 21일 “네오콘이 부시 대통령의 연설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오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은 “역사에 남을 보기 드문 취임 연설”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연설문 작성을 위한 자문에도 참여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테러와의 전쟁을 넘어 더욱 큰 폭정과의 투쟁으로 확대시켰다”고 평가했다. 위클리 스탠더드는 홈페이지에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호평하는 4개의 칼럼을 올려놓을 정도로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LA타임스는 22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부추겼고, 지금도 중동 국가들에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는 강경파 그룹이 그늘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폭정 종식과 자유의 확대를 미국의 정책이라고 천명하면서 네오콘이 다시 부상하게 됐다는 것이다.

네오콘 이론가인 로버트 케이건 씨는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대해 “이는 진정한 신보수주의이며 더 이상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의 반박=백악관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전 세계의 폭정을 종식한다는 목표를 천명했지만 이것은 외교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한 세대에 걸친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중동 등지에서 지금까지 추구해온 정책들을 더 분명하게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특히 자유의 확산과 폭정 종식이라는 표현이 이란 등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22일에는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취임사를 또 다른 공격 예고나 새로운 무력시위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진의는 자유에 관해 말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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