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을 밟은 30여 년 전 주머니에 달랑 30센트만 있었지만 지금 재산은 200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백화점 점원으로 시작해 보디가드 리무진운전사 등을 거쳐 회사 사장이 됐고 은퇴 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집 뒤뜰에서 중국무술을 가르치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학력에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운전사로 일하다 1970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김광태 씨(68)의 이민 성공담이다.
“영양실조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어느 선박회사의 부두하역 인부 모집광고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덩치 큰 백인 남자가 면접을 하면서 내가 몸이 너무 약해 보여 채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양인이라 작은 것을 어쩌라고….”
김 씨의 이민 수기 ‘아메리칸 드림’은 뉴욕의 한인 사회사업재단 ‘킴 파운데이션(이사장 김대원)’이 지난해 공모한 ‘챌린지상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3등에 뽑혔다.
21일 뉴저지 주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 씨를 비롯해 수상자 11명과 그 가족들은 이민생활의 숱한 역경과 이를 이겨낸 의지를 되새겼다.
1등상과 함께 상금 5000달러를 받은 서영자 씨(63)는 여성의 몸으로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콜택시회사 ‘럭소’를 운영하면서 서양인 운전사들을 애정으로 돌본 끝에 이 지역 최고의 택시회사로 키워낸 이야기를 담았다. 캘리포니아 주의 김옥련 씨(73)는 1958년 국제결혼으로 미국 땅을 밟은 뒤 미국인에게 얕보이기 싫어 공부를 다시 하고 미국 공무원으로 자리를 잡은 도전적인 삶을 소개했다. 은퇴 후엔 백악관에서 열린 노인 콘퍼런스에 참여했고 지역 노인복지를 위한 각종 자원봉사로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김 씨는 말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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