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 중동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현재 중동에 체류 중인 한양대 이희수(李熙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진단을 27일 들어봤다. 이 교수는 알제리를 거쳐 현재 터키에 머물고 있다.
―총선에 대한 중동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TV에서 연일 이라크 총선이 톱기사다.”
―총선은 치러질 것 같은가.
“총선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입장이 워낙 확고하다. 이란 핵문제가 걸려 있어 미국은 이라크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안정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선거를 보이콧하는 수니파 지역을 제외하고라도 선거를 치를 것이다. 그러나 반쪽짜리 선거여서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거에서 시아파의 압승이 예상되는데 이라크 주도세력이 수니파에서 시아파로 바뀌는 의미는….
“대단히 큰 변화다. 중동에서 시아파가 정권을 잡은 국가는 이란과 바레인뿐이다. 미국은 이란과 악연을 갖고 있어 이라크 시아파의 득세를 걱정한다. 하지만 이라크 시아파는 이란 시아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라크는 신정국가인 이란처럼 종교 지상주의로 흐르지 않고 ‘종교적인 이란’과 ‘세속적인 터키’의 중간쯤이 될 것이다. 경제회생을 위해 이웃 수니파 산유국들과의 협력도 예상된다.”
―총선 후 이라크는 어디로 갈까.
“미군이 있는 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빠져나가고, 집권세력이 카리스마를 잃으면 내전 가능성도 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쿠르드다.”
―무엇이 문제인가.
“쿠르드는 자치권 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독립까지 주장할 수도 있다. 이것이 내전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쿠르드족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자치권을 인정해줄 가능성도 있다.”
―총선 후 이라크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점은….
“첫째는 통합이다. 치안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치안이 확보돼 미군이 철수해야 비로소 내부 문제의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의식주 해결도 과제다. 저항의 큰 이유 중 하나는 생계 문제로, 배고픔에 대한 반발이 테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도 새로운 ‘마셜 플랜’을 작성해 이라크 경제 부흥을 도와야 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한양대 이희수(52)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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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박사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튀니지에서 10년간 중동 연구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한국이슬람학회 회장
―주요 저서: 이슬람(2004), 동서양 문명의 교류 이스탄불(2004), 이슬람 문화(2003), 터키사(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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