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문제와 균형 잡힌 세계화=개막식이 열리기 전 핵심 참가자 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4%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빈곤을 들었다. 개막식 기조연설을 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아프리카에선 매일 3000명의 어린이가 말라리아로, 6000명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있다”면서 부유한 나라들의 더 많은 원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화상 연설로 대신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국제금융거래, 항공기 이용 등에서 새로운 세금을 걷어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마련하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세계경제와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예년에 비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뭇매 맞는 미국=그동안 다보스포럼을 주도해 온 미국이 올해는 집중 성토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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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맹방을 자처해 온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 정책에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경제 관련 토론회에선 미국의 재정적자 방치와 약 달러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블레어 총리는 “미국이 자국의 어젠다에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기를 원한다면 미국 역시 다른 나라의 어젠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젠다의 사례로 미국이 외면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들었다.
경제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제이콥 프렌켈 전 이스라엘은행 총재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전 세계의 문제”라고 했으며 런던비즈니스스쿨(LBS) 로라 타이슨 학장은 “미국 정부가 저축을 늘리고 대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자산을 담보로 과다한 대출을 하고 있어 사고가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동산 거품이 신용 붕괴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 감소를 유발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선 미국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그동안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다보스포럼에 참석시켜 포럼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새로 구성한 행정부의 인준 기간과 겹쳐 고위인사로는 노동부 장관만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이 포럼을 주도하면서 미국이 뭇매를 맞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높은 관심 여전=중국 경제 전망은 포럼의 주요 12개 의제에 포함됐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교수는 “중국이라는 거인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며 “올해는 지난해 9.4%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프렌켈 총재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중국의 멈추지 않는 성장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보스=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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