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 총 88억 엔(약 880억 원)을 들여 일반인 참배소인 ‘참집전(參集殿)’을 화려하게 개축한 뒤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토요일인 29일 도쿄(東京) 한복판에 위치한 야스쿠니신사는 경내 주차장에 대형버스 30여 대가 들어찬 가운데 인파로 북적댔다.
버스 번호판은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이바라키(茨城), 나가오카(長岡), 마쓰모토(松本) 등 도쿄에서 2∼4시간 걸리는 곳에서 온 단체 참배객들임을 말해줬다.
방문객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특공대원들을 애국열사로 묘사한 전쟁기념관인 ‘유취관(遊就館)’을 찾은 뒤 본전 오른쪽에 새로 단장된 참집전을 구경했다. 보통 본전 앞에서 참배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개별 참배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참집전이다.
본전으로 향하던 방문객들은 일장기와 옛 일본 해군기를 걸어놓고 서명을 받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영령에 답하는 모임’이란 국수주의 단체 회원들이다.
“신사참배와 관련한 중국의 내정간섭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일본의 야마토(大和) 정신을 모독하는 겁니다. 여기에 서명해 주세요.”
50대 초반의 여성 회원은 방문객으로부터 전범 합사에 관한 질문을 받자 “모두 조국을 위해, 동포를 위해 숨진 애국 영령들인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민통치 하에서 동원돼 숨진 한국인과 대만인을 합사해놓은 일에 대해서도 “당시 일본군인으로 일본을 위해 숨진 만큼 합사는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회원들은 아시아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내용의 ‘대동아 해방전쟁’이란 책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일제하 황국신민 양성을 목적으로 한 ‘교육 칙어’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전단도 나눠줬다. 난징(南京)학살이나 2명의 일본군 장교가 ‘100명 참수 경쟁’을 벌였다는 당시 일본 신문의 보도를 부인하는 전단도 보였다.
경내에서 전단을 나눠주거나 선전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국수주의 단체의 활동은 예외로 취급받는 듯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격파한 내용이 기록된 조선의 ‘북관대첩비’는 최근 야스쿠니 본전 옆의 숲 속에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치워졌다. 철책 안에 있는데다 안내판도 없어 여간해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경내를 가득 메운 벚나무에는 각종 단체의 기념식수 표찰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육사 60기생 일동’ ‘37사단 전우회’ ‘해군 구축함 고즈에 생존자 일동’….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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