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후지사키 노보루]자신감 넘치는 한국인 보고싶다

  • 입력 2005년 2월 3일 17시 22분


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다. 남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한국인들의 근성이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너무 박하다. 외국인의 눈에는 종종 이런 모습이 겸손이 아니라 자신감의 부족으로 비친다. 칭찬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자기발전의 중요한 전략이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보자. 세계적인 IT 강국임을 자부하는 일본에서 온 나조차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첨단 IT 제품들을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때가 많다.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첨단기술이 집약된 휴대전화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벌써 그 제품을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길거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카메라가 한국에서만큼 빠르게 보급된 경우가 흔치 않고, 블로그가 한국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테스트 베드’다. 새로운 제품과 트렌드를 빠르고 쉽게 수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테스트 베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제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가능하다. 한국인이 IT기술의 ‘조기 수용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용자와 기업 간에 상호작용이 유연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내가 느끼고 있는 점을 한국인들에게 이야기하면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온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워낙 새 것을 선호해서 그런 거예요”, “그것도 ‘냄비 근성’의 하나죠, 뭐”라는 식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답변을 의외로 많이 듣는다.

그것이 창의성이든, 모방 근성이든 한국이 짧은 기간에 IT 강국으로 자리 잡은 것은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의 IT 기술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작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는 것은 한국인뿐인 듯하다.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한국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유연한 마인드를 가진 한국인들이었다면, 지금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성장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 또한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한국인 자신이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이 그들을 향해 ‘열정적이고 변화에 빠르다’고 말하는 것을 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아마 흘려 버렸을 것이다. 다른 칭찬이 별로 없으니까 만들어 낸 ‘빈말’이라는 생각과 함께.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존재는 자신들의 가치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감에 가득 찬 한국인들이다.

후지사키 노보루 와콤 한국지사 대표

▼약력▼

1963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났으며 일본 와콤 본사에서는 아시아태평양 담당 매니저로 근무했다. 일본에서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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