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실종 인도人 9명 구조…38일간 살아있었다

  • 입력 2005년 2월 3일 18시 00분


“그들이 달려왔다. 그러나 말이 없었다. 기쁜 듯 보였지만 얼싸안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뿐이었다.”

지난해 12월 26일 지진해일(쓰나미·津波)로 실종됐던 인도 주민 9명이 38일 만에 기적처럼 구조된 순간은 너무나 무덤덤했다.

생존자들은 이 현실이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구조대원들은 전했다.

인도 경찰은 지진해일의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서 북서쪽으로 225km 떨어진 인도양 안다만 제도 캠프벨베이 섬에서 2일 니코바르 부족 주민 9명을 구조했다. 지진해일이 발생한 지 무려 38일 만이다.

구조된 사람은 남자 5명, 여자 2명, 여자 어린이 2명이었다. 최고령자는 65세의 남자였으며 11세 소녀가 가장 어렸다. 같은 부족 주민 150여 명은 모두 숨졌거나 실종된 상태다.

샤우카트 후사인 수색대장은 “수색대 12명을 이끌고 캠프벨베이 섬을 조사하던 중 생존자들이 숲 속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구조 지점은 수색대가 상륙한 섬 남쪽으로부터 13km 정도 떨어진 내륙이었다.

이들은 왜 이 먼 곳에 있었을까.

AP통신은 지진해일 때 이들이 언덕 위로 줄달음쳐 달아나 며칠간 지낸 뒤 안전한 곳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고 전했다. 섬 서쪽 주민이었던 이들은 숲 속을 헤매다 결국 섬 동쪽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BBC방송은 이들이 지진해일에 바다로 휩쓸려 나갔다가 이틀 뒤 해변으로 되밀려왔다고 달리 보도했다.

생존자들은 아주 여위었지만 건강해 보였으며 2명이 심한 탈수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 갔다고 수색대장은 덧붙였다. 나머지 7명은 이재민 수용소로 옮겨졌다. 이들은 멧돼지를 잡아먹거나 코코넛 열매와 즙으로 38일간 목숨을 부지했다.

인도 정부는 생존자들이 숲 속을 헤매는 동안 숌펜 부족의 한 소년을 만나 나무막대기를 비벼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배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이번 지진해일로 적어도 1만749명이 사망했으며 5640명이 실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대부분은 안다만 제도 및 니코바르 제도 주민이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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